날씨가 한창 풀릴 때부터 거의 못해도 2주에 한 번은 등산을 하였다.
엄마는 내 나이 때부터 등산하는 걸 좋아했었고 나와 동생을 키우면서 몇 년 동안 산을 등지며 살다가,
지금은 한 달에 한 번씩 산악회에 다니면서 이곳저곳 멋진 풍경을 보고 산의 정기도 받고 온다.
나는 멀리 가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산악회처럼 뭔가 뭉쳐서 가는 것도 좋지만 내 페이스로 남들에게 피해주고 싶지 않고,
그만큼 열정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집 근처 제일 만만한 관악산으로 엄마랑 동생이랑 남자친구랑 다닌다.
요즘 날씨가 너무 좋아서 한두 번 가다가 재미 붙여서 진짜 1주일에 한 번이나 못해도 2주에 한 번은 꼭 등산을 했다.
사당역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있어서 4월에 한번 엄마랑 동생이랑 갔었다.
그때 뭣도 모르고 그냥 아무런 준비 없이 과천에서 올라오는 코스 정도의 난이도일 줄 알고 룰루랄라 갔었는데,
능선을 몇 개 타야 하고 암벽 타는 수준일 줄은 진짜 전혀 몰랐다.
절대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코스는 아닌데 우리는 그저 집에서 걸어서 바로 갈 수 있다는 장점하나만 보고 그 길을선택한 것이었는데,
진짜 서있기도 아찔한 코스를 넘고 넘고 넘다 보니 어느새 연주대까지 도착했고 내려오는 건 도저히 그 길로 가다간 다칠 것 같아서 과천 쪽으로 내려왔다.
그 후로 엄마랑 동생이랑 추억은 하나 크게 남았지만 다신 그길로 안 가기로마음먹었다.
그 이후로는 매주 과천으로 올라오는 그냥 초보자 코스로만 다닌다.
(하지만 요즘 그때의 힘듦을 잊은 건지.. 다시 사당역에서 올라가는 코스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저번 주 22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우리 가족은 나 포함하여 외가, 친가전부 다 불교는 아니지만 절에 가면 특유의 느낌에 마음이 편해진다.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여 또 동생이랑 엄마랑 20일 일요일에 등산을 했는데 당연히 과천에서 올라가는 코스로 시작하였고,
과천역 7번 출구에서 쭉 걸어 올라가면 바로 과천향교가 있고 그길로 오르면 된다.
과천향교 쪽에서 오르는 길은 계곡물소리와 울창한 나무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가 너무 잘 어우러져서 좋다.
중간중간 쉬면서 계곡에 손 담그고 엄마랑 동생이랑 얘기하다 보니 한 시간사십분쯤 걸려 연주암에 도착하였고,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색색이 아름다운 연등을 등산로부터 쭉 걸어놓았고,
그 연등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니 이렇게 예쁘게 줄을 세워서 쭉 걸어두었다.
등산객들도 원래도 많지만 평소에 비해 더 많았고 전문적으로 사진 찍으러나오신 분들도 꽤 보였다.
관악산 연주암에서는 점심시간이 되면 식사를 주는데 시간 맞춰서 줄 서서 먹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예전에 몇 번 먹어봤는데 주로 비빔밥이 나오는데 사실 정말 큰 반찬이나 그런 것은 없지만 얼마나 꿀맛인지 모른다.
하지만 맛이 없다고 반찬투정을 할 거면 그냥 산에 오기 전에 도시락이나 김밥 등등 점심 요기할만한 것을 싸오거나 사 오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이날 집에서 엄마가 할머니가 오셨다 가셔서 반찬들이 너무 많이 남아있어서 냉장고 털이를 한다고,
온갖 반찬들을 바리바리 싸와서 정상에서 먹었다.
산 정상에선 뭘 먹어도 정말 너무 맛있다. 이래서 일주일에 한번 산을 타도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인 것 같다.
연주암에서 샛길로 조금만 올라가면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걸 우리는 수없이 많이 다닌 관악산이지만 이때야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하고 있었고 우리 역시 이곳에서 멋진 풍경을 보며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근데 이날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불개미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불개미가 물거나 물린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오래 앉아있기엔 좀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 주에 갔을 땐 불개미 없었는데.. 왜 저 날만 유독 불개미가 많았는지 모르겠다.
산 정상에 올랐을 때 시원한 바람이랑 힘들게 땀 흘려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감이 좋아 나는 산에 오른다.
또 산을 타다 보면 매너 좋은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고 뭐 힘든 일이 있으면 다들 내 일처럼 도와주신다.
엄마가 산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 없다고 그랬는데 그게 진짜인가?ㅎㅎ 어쨌든 매너 좋은 분들이 많다.
또 관악산은 나의 추억이 많은 곳인데,
중학생 때 봉사부였는데 한 달에 한 번토요일, CA 시간에 봉사활동을 관악산으로 왔었는데
관악산 대피소까지 등산을 하면서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을 3년 동안 했었다.
그때 굉장히 대피소까지 멀고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대피소까지 되게 금방 간다.
어렸을 때 느낀 관악산이랑 지금 느끼는 관악산이랑 이렇게 다르다니..
또 하나의 추억은 대학생 때 친구들이랑 관악산 계곡으로 놀러 왔었는데 그때 동기 친구가 핸드폰을 바꾼지 이틀째였는데,
계곡에서 놀다가 본인도 모르게 핸드폰이 빠졌고 한참 후에 발견해서 AS로 40만 원 가까이 들어서 웃픈기억이 있다.
그때 친구들 다들 샌들에 반바지에 반팔 입고 갔었는데 무슨 오기로 그 차림으로 갑자기 Feel 받아서 연주대까지 갔었던 기억도 있다.
그때 연주암에서 먹었던 밥이 어찌나 맛있었던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어쨌든 관악산은 나에게 있어서 굉장히 여러 가지 추억이 많은 장소임에 틀림없다.
엄마가 싸준 김밥을 정상에서 먹는 맛을 아는 사람은 몇 없겠지? 진짜 맛있었다.
아무튼 나에게 많은 추억을 준 관악산에게 여러모로 고맙다.완전한 여름이 오기 전에 더 자주 등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