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래옥을 시작으로 평양냉면의 은은한 육향과 슴슴하고 깔끔한 국물의 맛에 눈뜬 나!
이왕 이렇게 된 거 서울에 평양냉면 3代 맛 집이라는 곳은 전부 다 가보자 하는 생각에 3주 연속 우래옥, 을지면옥, 필동면옥을 도장 깨기 하듯이 다녀왔고
3代 맛 집중 제일 마지막으로 가본 곳은 어제 다녀온 '필동면옥'을 끝으로 3代 맛집 도장 깨기는 끝이 났다.
평양냉면을 나보다 더 먼저 접했고, 즐겨 했던 남자친구는 3대 맛 집을 나와 함께 3주 연속으로 먹더니
이제 당분간은 평양냉면 그만 먹어도 되지 않겠냐고 했다.
난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했는데! 질릴 때까지 먹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어제 점심으로 먹고 온 '필동면옥' 후기를 시작해본다.
일단 필동면옥의 위치는 충무로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고 으슥한 골목의 끝에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찾아가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필동면옥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한시 반쯤이었고 한창 식사 시간은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석이었다.
대기하는 손님도 몇 있었는데 많지 않았고 우리가 한 세 번째로 줄 서서 기다렸고 대기한지 10분도 안 지나서 금방 입장하였다.
1층도 꽤 생각보다 자리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2층으로 안내하시길래 2층으로 올라갔고,
사실 2층 올라가자마자 느낀 점을 솔직히 얘기하자면 정말 시장통 같았다.
입장하자마자 보인 건 맨발을 의자에 올려놓고 음식을 먹는 사람이 제일 먼저 보였고,
운이 안 좋게도 우리가 안내받은 자리는 단체석 바로 옆의 자리였는데 단체석 사람들이 술에 취해서 아저씨들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또 오른쪽으로는 아기를 데려온 애 엄마 둘이 있었는데 애들은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우리가 앉자마자 다른 자리가 났는데 거기로 가고 싶었지만 이미 또 다른 사람들이 올라와서 거기에 대기 중이어서 옮겨달라고 할 수도없는 상황이었기에,
그냥 그 자리에 앉아서 먹었는데 아이를 데려온 어머니들은 거의 다 먹어갈 때쯤이었는지우리가 주문하고 면수가 나올 때 즈음 나가셨다.
휴 하지만 정말 바로 옆에 앉은 그 술 거하게 드신 분들은 우리가 오기전부터 있으셨고 우리가 나갈 때에도 술을 드시고 계셨다.
테이블 간격이 너무 좁아서 내가 남자친구랑 밥을 먹는 건지 아니면 그 술 취한 아저씨들과 밥을 먹는 건지,
남자친구랑 대화를 하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대화에 집중이 전혀 안됐다.
단체석에도 2~3인 손님을 받을 거면 좀 테이블 간격을 더 떼주셨으면 좋겠다.
분위기가 정말 시장통이 따로 없었다.
내가 먹어본 우래옥, 을지면 옥중 제일 분위기는 별로였다.
우래옥에선 냉면 한 그릇에 13,000원이었어도 맛있고 맛도 맛이지만 정말 내가 냉면 한 그릇을 먹는데 대접받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만큼 분위기가 좋았고,
을지면옥에서는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오래된 할머니네 집에서 먹는 느낌의 냉면집에 사람들 다들 조용조용하게 냉면을 즐기는 분위기여서 좋았는데,
여기선 분위기고 대접받는 느낌이고 하나도 없었다. 정신이 없어도 너무 없었고 내가 냉면을 먹는 건지 옆 사람들이랑 같이 술을 먹고 있는 건지 원..
휴 일단 내가 갔을 때 느낀 '필동 면옥'의 분위기는 이랬고 이제 맛으로만 얘기해보겠다.
필동 냉면의 가격은 만 천 원으로 일반 평양냉면집의 냉면들의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도 물냉면으로 두 그릇 시켰고, 주문하자마자 면수와 냉면 무 절임이 나왔다.
처음에 평양냉면을 먹을 땐 면수를 왜 주지? 이걸 무슨 맛으로 먹지? 했었는데 이젠 이거마저도 이것의 매력이 있는 거 같다.
주문한지 약 10분 정도 지나고 평양냉면이 완성되어 나왔고,
처음 받자마자 느낀 건 을지면옥이랑 비주얼이 너무 똑같은 것 같아서 신기했다.
또 고춧가루가 들어간 평양냉면을 선호하지 않는데 들어가 있었고 이것은 문제 되지 않았지만,
파가 올라가 있었는데 제대로 잘리지 않은 채로 올라가 있었다.
11,000원의 가격은 한 끼 먹기에 사실 저렴한 가격은 아닌데 아주 조금만 더 신경 써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결국 나는 파랑같이 곁들여 먹지도 못하고 그냥 데코로만 보고 먹지도 못하고 두고 왔다.
고명 자체는 올라가 있는 게 많이 없었다.
제대로 잘리지 않은 파를 보고 실망을 한 상태에서 국물을 먼저 한입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육향도 꽤 나고 무엇보다 짜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저번에 을지면옥에서 평양냉면을 먹고 난 후 짜다고 느꼈었고 그 후에도 물을 계속 먹어댔었는데,
여기는 먹을 때도 짜다는 느낌 없었고,
국물을 다 먹고 가게를 나온 후에도 입안이 짜다는 느낌보다는 깔끔하게 잘 먹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무엇보다 좋았다.
또 놀랜 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평양냉면집보다 면에서 메밀 향이 꽤 진하게 나서 좋았다.
비록 국물이고 면이고 처음엔 육향과 메밀 향을 많이 느끼고 먹지만 먹다 보면 그 맛에 익숙해져 버려서 나중엔 잘 못 느끼고 먹지만.
면에서 메밀향이 꽤 나서 좋았고 국물도 내가 먹어본 곳 중에서 제일 깔끔해서 좋았다.
분위기를 따지지 않고 맛만 본다면 정말 맛있고 좋았는데,
내가 앉은 자리의 주변 사람들 때문에 밥을 먹는 내내 신경이 다른 곳으로 가 있어서 사실 기분 좋게 먹진 못한 거 같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던 3代 평양냉면 도장 깨기 마지막 '필동면옥'.
아직까지 나의 최애 평양냉면집, 우래옥 찬양은 다른 평양냉면집 찬양으로 옮겨가진 못할 것 같다.
당분간은 평양냉면 먹을 일이 조금은 줄어들 것 같지만 그래도 아직 나의 평양냉면 도장 깨기는 끝나지 않았다.
어쨌든 이번 주말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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