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평소보다 매우 짙은 하루였다.

 

 

며칠 전 동생이랑 운동 삼아 사당역에서 신림역까지 걸어갔다가 들른 알라딘 중고서점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남자친구랑 사당역에서 만나, 간단하게 점심 먹고 이번에는 강남역에 있는 알라딘에 가보자고,
강남역지점은 왠지 더 크지 않을까 싶어서 점심도 강남역에서 먹자고 생각하고 언제나 만 원인 2호선에 몸을 담았다.
하지만 도착한 강남역에서 가려던 타코벨이 폐점된 지 좀 됐다는 블로그를 도착하고 나서야 보고 김이 새 버려서 그런지, 알라딘은 뒷전이 돼버렸다.

 

 

매일을 아침에 눈뜨면 출근하랴 바쁘고,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퇴근하는 남자친구는 바깥 세상일을겨를조차 없다.
매년 이맘때쯤 프로야구 시범경기부터 개막전~가을야구까지 모든 경기와 기사를 빠짐없이 챙겨보던 사람이 오늘이 개막식 날인지도 몰랐단다.
뜬금없이 '오늘 야구하지? 시범경기 보러 갈까?' 그러길래 '오늘 개막전이야' 하는 말에 진짜 갑자기 feel 받아서 다시 2호선으로.

 

 

갑자기 가게 된 거라 예매는커녕 인터넷으로 예매하려 해도 이미 티켓 예매 창구는 마감돼있었고,
인터넷을 보니 개막전 최초로 모든 구장 예매가 매진이라는 연관 기사를 읽고 가도 외야석조차 없는 거 아닐까.. 반신반의하며 일단 출발했다.
이렇게 쓰다 보니 진짜 대책 없는 애들 같은데, 오늘은 진짜 대책 없는 애들이었다.

 

 

종합운동장 역 5번 출구가 잠실야구장인데, 지하철역 내릴 때부터 사람이 많았고 출구에 나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또 한번 놀랬다.
매진이라더니 진짜였구나.. 자리 없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2시 경기 시작인데 표 사려고 줄 선 시간이 1시 50분쯤이었던 것 같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외야석 자리 있냐고 물어봤고, 다행히도 있어서 주말엔 1인 9천 원이라 2인 요금을 내고 입장했다.

 

 

 

 

2시 경기인데 2시에 입장해서 그런지 사람도 많았고 자리 역시 없었다.
다 자리를 주변 사람들이 맡아주거나 자리가 있는데도 자기 가방 놓는다고, 음식이나 뭐 기타 등등을 놓는다는 자리도 많았다.
이런 걸 보며 우리나라 시민의식이 아직 많이 부족하단 생각도 들었다.
9천 원을 내고 자기 자리를 산 거지, 자기 가방 놓을 자리까지 산 건 아니지 않은가..? 가방 자리까지 돈 내진 않았을 텐데?
결국 우리는 맨 뒤에 올라가서 서서 야구를 보았다.
내 이 비석이랑 외야석이랑 금액 차이가 크지 않던데 다음에 잠실야구장 또 오게 되면 거기로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는 맨날 돔구장이나 예전엔 목동야구장에서만 보다가 오랜만에 잠실야구장에 외야에 오니까 탁 트이고 넓은 느낌은 좋았다.
잠실야구장에서 처음으로 외야에서 보는 경기였다.

 

 

 

 

사진은 굉장히 날씨가 좋아 보이지만 오늘은 진짜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할 만큼 미세먼지가 심했다.
옆에 큰 건물들의 간판이 안 보일 정도로 심했다.
그래도 그 심한 미세먼지를 뚫고 많은 인원이 모였고 다들 미세먼지 따위는 두렵지 않은 듯 각자의 팀을 응원했다.

 






 

나는 오늘 삼성을 응원했지만, 원래는 넥센히어로즈 팬이다.
넥센히어로즈를 응원한지는 한 6년 정도 되었다.
경기를 잘할 때, 못할 때 항상 응원해왔고 내 친구들도 내가 넥센 열성팬(?)인 걸알고 있을 정도이다.
두산 vs 삼성전을 보니 나도 넥센 경기가 엄청 보고 싶어졌다.
개막전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그리웠던 박병호가 돌아왔고 오늘 라인업을 보니 다 오래전부터 응원하던 선수들이라..

 

 

남자친구는 경상도 사람인데, 오승환 선수를 좋아해서 삼성 팬이 된지 오래되었다고 한다.
선수를 좋아해서 팀을 좋아하게 된 케이스!
하지만 직관을 한지는 몇 년 안되었다. 몇 번 직관 갔을 때도 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승리를 해서 직관 승리의 맛을 못 본 안타까운 친구다.

 

 

어쨌든 맛있는 치킨과 맥주와 함께 나도 같이 오늘 하루만큼은 삼성 팀을 응원하며 경기를 즐겼다.
초반에 삼성이 점수를 얻었고 경기 중반에 두산 오재일 선수의 멋진 홈런에서 다시 쫄깃쫄깃해 지는 경기!
결국 오늘 잠실야구장에서의 경기는 삼성이 6:3으로 이겼고, 남자친구는 처음으로 직관 승리를 맛보았다.
나중에 동생이 말해줘서 알게 된 건데 오늘 잠실야구장 시구자는 이상화 선수였다고 한다.
조금만 더 일찍 도착했어야 했는데.. 이상화 선수 진짜 좋아하는데 너무 아쉬웠다.

 

 

나 역시도 오늘 처음인 게 많았다.
개막전을 직관으로 보는 것도 처음, 잠실야구장 외야석에서 경기를 본 것도 처음이었다.
미세먼지 따위는 두렵지 않아 하는 양 팀의 멋진 응원들도 존경스러웠다. 진짜 야구장은 '젊음'이 느껴지는 곳이다.
올해도 야구장으로 넥센 많이 응원 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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