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 때 이수역에 한창 고기 무한리필 집이 갓 유행하기 시작하던 때가 있었다.
그 유행에 뒤처질 수 없어 친구들이랑 삼삼오오 모여서 간 적이 있었는데, 말이 무한리필이지 무한리필이라고 이름은 내걸어 놓고 
많이 먹는 학생들을 받는 것을 꺼려 하거나특히 남학생들에게는 더더욱 퉁명하게 굴면서 더 먹냐고 핀잔을 주던 음식점이 하나 있었다.
그 이후로 한 번도 다시 가지 않았었고 우리 학교 애들한테도 그 집은 굉장히 불친절하고 학생들 간다고 무시하고 많이 먹는다고 대놓고 핀잔준다고
그런 소문이 돌았고 조만간 망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 말을 증명하듯 얼마 가지 않아서 폐점을 했다.
그 이후로 사실 고기 무한리필 집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박혀서 그런지 선호하지 않았다.
다른 무한리필 집은 그런 편견은 없는데 고기 무한리필 집에 대한 그런 편견이 조금은 있었다.







어쨌든 이번에 쓰는 블로그 글은 그 이후로 내가 처음으로 가본 고기 무한리필 집에 대한 이야기다.
매일 저녁 동생이랑 운동하러 나가면 주로 우리 집에서 예술인 마을~낙성대~서울대 입구~봉천~신림까지 찍고 다시 집으로 걸어오는데, 
예술인 마을 언덕을 넘어서 낙성대에 도착하기 전에 있는 무한리필 집 앞을 수없이 많이 지나 쳤는데 
그때마다 가게 안에 늦은 저녁시간임에도 사람들이 북적북적 한 장면을 자주 봤었다.
물론 나도 고기를 좋아는 하지만 되도록이면 먹지 않으려고 하는데 동생은 나보다 더 고기를 좋아하는 식성을 가진 터라
그 장면을 보고 우리도 여기 꼭 와보자는 말을 지금까지 최소 열 번 이상은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어제 방문하게 되었고 집에서 한창 점심시간인 12시 반쯤 도착했다.
한창 점심시간이라서 사람들이 많아서 대기를 해야 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조금은 걱정했었는데,
점심시간이라 고기를 먹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시간인 건지 어쩐 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내부는 넓었는데 자리는 텅텅 비어있었고
손님은 딱 한 테이블 밖에 없었다. 우리가 두 번째 손님이었다. 
뭐 덕분에 조용히 먹었고 원하는 자리에 앉아서 먹어서 좋기는 했지만 뭔가 사람이 너무 없어도 흠..







나와 동생은 처음부터 많이 먹을 생각으로 갔기 때문에 무한리필 A로 2인, 된장찌개 하나, 공기밥하나, 음료수 2개를 주문을 했다.
무한리필은 종류가 두 가지인데, A는 삼겹살+대패삼겹살 무한리필이고 B는 삼겹살+대패삼겹살+우삼겹까지 나오는 건데 우리는 A로 인당 1만 원의 가격으로 선택하였다.
또 특이한 점은 상차림비를 1인당 500원씩 따로 받는다는 것이었는데 뭐 500원 정도는아깝지 않을 만큼 상은 차려진다.
밑반찬으로 파 절임, 김치, 쌈장과 마늘, 특제소스, 상추가 나오는데 이것들은 처음엔 차려져서 가져다주지만 더 리필하고 싶으면 직접 가서 가져오면 된다.
나는 파 절임을 고기랑 같이 구워 먹으니까맛있었는데 동생은 파 절임은 별로고 오히려 김치를 구워 먹으니까 맛있다고 했다.
어쨌든 이렇게 반찬까지 무한으로 제공되니 상차림비 500원은 전혀 아깝지 않은 가격이다.







일단 첫 번째 고기 접시는 대패삼겹살이 가득 올라가 있고 그 아래에 삼겹살이 두 줄이있었다.
대패삼겹살을 굽는데 기름이 여기저기 튀어서 테이블이 아주 지저분해졌다.
기름이 그만큼 많다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맛은 있으니까 잘 먹었는데 삼겹살을 아무 생각 없이 굽다가 먹으려고 보니까 
고기에 기름 부분이 거의 80%. 뭐 지방 부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맛있게 먹겠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삼겹살 먹을 때 지방 부분을 좀 거북스러워 했던 터라 그런지 좀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살코기 부분은 굉장히 뻑뻑했다.
대패삼겹살은 잡내 나 돼지고기 특유의 향이 전혀 안 났고 기름기가 있어도 적당히 있어서 맛있었는데 삼겹살은 돼지 냄새는 안 나지만 뻑뻑하고 지방이 너무 많아서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첫 접시에 나왔던 삼겹살은 대충 다 먹고 그 이후부터는 대패 삼겹살만 시켜서 먹었다.
대패삼겹살은 딱 아주 맛있었는데 삼겹살에선 정말 실망을 해서 원산지를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대패삼겹살은 무려 국내산이었다.
이 가격에 국내산 대패삼겹살이라니! 하지만 다른 이 가게에서 취급하는 어떠한 고기는 모두 다 외국산이었다.
한 접시를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마침 된장찌개가 나왔고 3천 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정말 고퀄리티였다.
안에 바지락도 들어있고 고기도 들어있고 두부와 호박도 들어가 있고 칼칼하게 만들려고 청양 고추도 넣은 것 같았다.
처음엔 고기가 조금 느끼해질 무렵 한입씩 떠먹으면 시원했는데 나중에 갈수록 된장찌개에도 고기가 들어있어서 그런지 잘 안 먹혔다.
하지만 정말 3천 원의 퀄리티가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
여기 가게 된다면 하나 시켜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였다.



대패 삼겹살만 리필을 두 번 했는데 해주실 때마다 표정이 안 좋아지거나  귀찮아하는 내색 전혀 없이 친절하게 잘 리필해주셨다.
그나마 어렸을 때 겪었던 고기 무한리필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을 조금이나마 깨주는 곳이었던 것 같다.
다른 블로그 후기들을 보니까 다들 막 볶음밥도 해먹고 그랬다는데 우리는 고기로 너무 배불러서 도저히 그거까지 해먹을 배의 여유가 없었다.
어쨌든 만 원이라는 가격으로 아주 푸짐하고 배 터지게 잘 먹었다. 삼겹살의 퀄리티가 좀 아쉽지만..
가성비는 좋지만 재방문의 의사는 음..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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