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젊었을 때부터 등산을 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와 동생을 낳고 키우며 일까지 다니는 워킹맘으로써 등산은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후에 나와 동생이 어느 정도 컸을 때엔 동네 아주머니들과 같이 우면산이고 관악산이고 다녔었는데,
그마저도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탓에 나이가 들수록 점점 발목도 안 좋아지기도 하고 여러 기타 이유로 한동안 산에 못 갔었다.

 

 

나도 전엔 관악산도 가끔씩 친구들이랑 등산하고 우면산 정도는 (물론 낮은 산인 거 알지만)
그냥 한 번에 올라갔다가 내려올 정도로 산에 가는 걸 좋아했었고, 쉽게 올라갔다 쉽게 내려왔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살이 꽤 많이 붙더니 몸이 무거워짐과 동시에 산에 올라가는 게 전만큼 쉽지 않아서 나 역시도 자주 가던 산에 잘 가지 않았었다.
그러다 집에서 가까운 우면산이 다른 산들에 비해 그냥 동네 뒷산 정도의 높이니 그냥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오기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재작년쯤부터 봄, 가을에만 일주일에 하루, 주말에 엄마랑 동생이랑 셋이 같이 등산하면서,
이런저런 회사 얘기, 생활 얘기, 주변 사람들 사는 얘기 등등 같이 하면서 집에서 만들어간 음식도 먹고 그렇게 다니니 조금씩 재미를 붙여 다시 등산을 하기 시작했다.

 

 

살도 빠지면 더 좋지만 체력을 키우고 싶기도 했고,
엄마랑 동생이랑 아무런 걱정 없이 눈에 보이는 피는 꽃들, 지는 꽃들 얘기에 집중할 수 있고,
평소에 힘든 얘기를 잘 하지 않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등산하는 시간이 올라갈 때 힘들지만 좋다.

 

 

엄마랑 동생은 3주 전부터 주말에 우면산에 다녀왔지만 나는 오늘이 이번 연도 처음으로 합류한 등산이었다.
봄이 왔다는 걸 증명하듯 산 여기저기에 개나리도 활짝 피었고 진달래들도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예술의 전당 쪽으로 내려온 시간은 약 1시쯤이었고,
한창 배고플 시간에 등산까지 했으니 허기진 배지만 밥을 먹는다는 생각에 신나게 엄마가 추천한 칼국숫집으로 향했다.

 

 






엄마가 추천한 칼국숫집은  앵콜칼국수(목천 집).
대기는 하지 않았지만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빈자리 없이 꽉 차 있었고 가게밖엔 맛집 프로그램에 나온 것도 걸어두었다.

 

 

 

 

메뉴를 보면 칼국수와 수제비가 주를 이루고 있고, 사람들이 주로 주문하는 거 보니 옛날 칼국수랑 얼큰 칼국수를 많이 시키시는 것 같았다.
나는 칼국수보다 수제비를 더 좋아해서 매생이 수제비, 엄마랑 동생은 감자수제비, 들깨칼국수를 시켰고
밑반찬으로는 물김치, 배추김치, 미역무침이 있었는데 물김치는 맛이 덜 들었고 달았다. 미역무침은 맛있었다.
주문한 음식은 금방 차려졌고 생각보다 큰 그릇에 양도 푸짐했다.

 

 

 

 

내가 주문한 매생이 수제비.
굴이 많이 들어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꽤 싱싱하고 통통한 굴이 많이 들어있었고 시원한 국물 맛이 났다.
수제비의 양도 많이 들어있고 8천 원인데 매생이 좋아하는 나로서는 가성비 매우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문제의 감자수제비. 이건 엄마가 주문한 메뉴였는데 깨를 갈아 넣어 고소하니 국물의 맛은 좋았다.
근데.. 엄마가 감자를 먹는데 표정이 이상하기에 물어봤더니 감자가 상했다고 그랬다.
처음에 엄마가 이상한 거 아닐까 생각하여 나도 몇 번 떠먹다가 감자를 먹었는데 감자가 시큼했다.
결국 감자 다른 그릇에 다 빼놓고 수제비만 먹었음. 감자수제비에 감자가 상했다니요..
다시 해달라고 할까 하다가 엄마가 됐다고 하여 그냥 감자 빼놓고 수제비만 다 먹고 나중에 나갈 때 감자가 상했다고 말했다.
날이 따듯해져서 만들어 놓은 게 상해버린 건지, 잘 모르고 상한 감자를 처음부터 넣어서 쓰신 건지 모르겠지만
음식 장사에 이런 문제는 상당히 예민한 부분인데 다른 건 다 만족스러웠는데 이게 너무 실망스러워서..
다음에 가게 된다면 사람들이 많이 시키는 메뉴를 시켜야 할 거 같다.
매생이 수제비와 들깨수제비는 맛있고 만족스러웠는데.. 그래도 감자수제비 국물은 고소하니 맛있더라.. 흡

 

 

예술의 전당 앞에 항상 한 끼 그냥 부담 없이 먹을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숨은 맛 집중 하나이다.
다음에 예술의전당 근처에서 밥 먹게 된다면 한 번쯤 다시 갈 것 같다.
비록 조금 실망한 사건? 은 있었지만 배부르고 맛있게 먹은 건 사실이니.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