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저번 주에 남포 면옥에서 평양냉면을 먹고 살짝 발 빼두었던 평양냉면에 다시 발 들이게 되었다.
처음엔 나도 평양냉면을 한번 딱 먹어보고 '와 이거 아무 맛도 안 나는데 왜 먹지?'라는생각만 들었고,
이돈주고는 절대 다신 안 사 먹을 거란 다짐을 했었는데, 남자친구가 계속 한 번만 더 먹어보자고 꼬드겨서 결국 우래옥에서 두 번째로 먹게 되었는데, 
그때 눈 뜨게 된 평양냉면.
그 이후로 지금까지 서울에서 꽤 유명하다는 평양냉면집에 찾아가서 먹어봤는데,
정말 다 가게 하나하나가 특색이 있고 같은 평양냉면이지만 맛도 정말 다 다르다.
같은 음식을 파는 건데 맛이 다 다르니 찾아 먹는 재미도 있었다.



아무튼 왠지 지난 주말에 먹었었던 평양면옥을 끝으로 서울에서 웬만큼 유명하다는 평양냉면집은 다 가본 것 같다.
 내가 가본 곳 이외에도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맛 집들은 많겠지만 그저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어쨌든 내가 가보려고 했었던 평양냉면 맛 집들은 다 가보았고 이제 새로운 평양냉면집 도전은 그만하고,
내가 먹어본 곳들 중에서 1,2위 정도만 가끔씩 가려고 한다.
뭐 사실 이렇게 말하고도 또 금방 마음이 바뀌어서 새로운 곳에 가서 먹고 또 이렇게 글을 적을 수도 있지만.



원래 평양면옥도 내가 먹어봐야지 했었던 평양냉면 리스트에 들어있진 않았는데,
저 저번 주에 먹었었던 남포 면옥이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너무 맛있게 먹었었던 기억으로 일주일을 곱씹다가 
남자친구와 내가 또 이렇게 맛있는 평양냉면집을 발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도전했었던 평양면옥!
동대문 역사공원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역에서 크게 가깝다고 하기엔 조금 어려웠다.







어쨌든 나와 남자친구는 한창 저녁시간에 맞춰서 7시쯤 살짝 넘어서 도착했었는데,
내부는 생각했었던 것보다 훨씬 넓었고 자리도 많았는데 유명한 맛 집답게 안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저녁시간인 만큼 불고기를 먹는 사람들도 많았고 거의 80%의 테이블엔 술이 놓여있었다.
여기 평양냉면의 가격은 12,000원인데 다른 평양냉면집들 가격과 크게 뭐 다르지 않았다.





주문하자마자 바로 나온 무 절임과 김치 그리고 면수가 나왔다.
가끔 면수를 안주는 평양냉면집도 있는데 처음엔 이걸 왜 주지 어차피 먹지도 않는데 생각했었는데, 
어느 순간 되니까 이제 면수를 안 주면 뭔가 서운한 그런 기분이 든다.
김치는 맛보았는데 다른 데에서 먹는 거보다 더 뭔가 밍밍했다.
무 절임은 평범한 맛이었다. 원래 무 절임을 크게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어디 가서 이걸 먹어도 다 나에겐 평범한 맛이었어서 내가 함부로 평가하기 좀 어렵다.







한창 저녁 식사시간이라고 해도 그렇지 주문이 들어간지 거의 20~25분이 훌쩍 지난 후 음식이 완성되어 나왔다.
다른 곳이랑 비교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때부터 기분이 조금 상해서 그런지 계속 비교하게 되더라는..
다른 테이블에선 음식 금방 나오는 거 같았는데우리만 이렇게 늦게 주나 싶기도 하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굉장히 오래 기다려서 완성되었고
말이 20~25분이지 체감상으론 더 걸린 거 같았다.



그리고 주문받을 때나 음식을 가져다줄 때나 왜 이렇게 다들 하나같이 퉁명하신지 모르겠다.
바빠서 그런 건가 다들 화가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듯한 말투와 행동들이 눈에 띄게 보였다.
어떤 다른 블로그에서도 굉장히 불친절하다고 하는 글을 보고 갔었는데 뭐 음식 주문만 잘 받아주고 완성된 음식 잘 가져다주고 그러면 됐지 뭐 하고 갔었던 것이었는데, 
정말 불친절하셨고 조금 퉁명스럽다고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어쨌든 제일 중요한 평양냉면의 맛을 얘기하자면 딱 정말 뭔가 평양냉면의 정석이 있다면 이런 것일까 하는 느낌이 들었었다.
아주 적당히 잘 느껴지는 육향과 짜지 않은 육수의 정도가 굉장히 좋았다.
아주 진하게 우려낸 고깃국의 그런 맛이 아닌 정말 깔끔하고 적당한 간과 억지로 느끼려고 하지 않아도 잘 느껴지는 육향까지.
육수는 전반적으로 깔끔하니 괜찮았는데, 면이 조금 아쉬웠다.
면이 일단 꽤 찰졌고 메밀의 뭔가 까끌까끌함 같은 게 면을 먹는 내내 잘 느껴지지 않았다. 
메밀 함량이 낮은 건지 메밀 향도 다른 데에서 먹은 거보다 조금 덜 느껴졌었다. 
메밀 향이 잘 느껴지는 곳에서는 조금만 꼭꼭 씹어도 금방 메밀 향이 나서 좋았는데 여기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혼자 와서 냉면에 소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고, 또 가족끼리, 연인끼리 와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인해 내부는 북적북적했지만
가게 내부가 넓어서 그런지 시장 바닥 같고 그런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평양냉면 자체의 맛을 보고 또다시 방문할지는 의문이다.
그냥 한 번쯤 먹어볼 만은 하지만 서비스적인 것으로 나 맛적으로나 조금씩은 아쉬운 점이 있었던 평양면옥.





여름 내내 평양냉면에 꽂혀서 매주 남자친구와 데이트 때마다 종로에서 살았었는데,
겨울이 메밀이 나오는 철이라서 겨울에 먹으면 훨씬 더 맛있는 면을 맛볼 수 있다는 말에 한동안 평양냉면을 아끼고 아껴 안 먹고 있었다.
나는 아무리 맛있는 것도 매주 먹으면 금방 질려 하기도 하고 그래서 뭔가 좀 텀을 두고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거 같은 느낌에 
평양냉면이 질려서 안 먹은 건 아니지만 그냥 뭔가 살짝 질려지려 하기도 하고 뭔가 아끼고 아끼다 한 번에 딱!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에 그냥 한동안은 먹고 싶어도 안 먹었고, 
사실 여러 군데 먹어봤어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다른 안 먹어본 적이 있는 평양냉면집을 투어하는 것도 뭔가 살짝 시들해졌었다.



어쨌든 그렇게 아끼고 아끼던 찬스가 어제 깨졌다.
원랜 평양냉면을 먹으려고 먼저 얘길 꺼낸 건 아니었는데 남자친구가 귀신같이 이번 주는 평양냉면을 먹자고 하길래 거절하지 못하고 냉큼 콜! 했고, 
새로운 곳을 가보느냐, 아니면 제일 좋아하는 평양냉면집을 가느냐 고민을 몇 시간 동안 하다가 
결국 그냥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부랴부랴 토요일에 을지로 4가까지 갔는데 이게 웬걸! 나의 평양냉면 최애 집인 우래옥이 공사 중이어서 운영을 안 하고 있었던 것.
맛있게 먹을 마음의 준비를 완벽하게 하고 딱 도착했는데 불은 다 꺼져있고 공사 중이라는 것을 보고 완전 좌절..



계속 좌절할 수 없어서 근처에 있는 필동 면옥을갈까 아니면 을지면옥을 갈까 고민을 엄청 하다가 사실 두 군데 다 먹어본 곳이고, 
뭔가 조금씩은 내 스타일은 아니었던 부분이 있던 곳이라서 크게 당기지 않았기에 
원래 한 번도 안 가본 평양냉면집을 고르다가 여기로 갈까 말까 마지막까지 고민했었던 '남포면 옥'으로 향하게 되었다.
우래옥에선 사실 거리가 좀 있는 편인데 그냥 걷기로 결정했고 대략 30분 정도 걸어서 도착했다.







좁은 골목 안에 여러 음식점들이 입점해 있는데, 단연 그중에서 제일 눈에 띄는 멋스러운 건물이 보였고 그곳이 남포 면옥이었다.
골목 안에 있어서 그런지 조금 헤매다가 들어갔고, 한번 다른 음식점을 들렀다가 도착한 터라 시간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2시 30분 정도였는데, 
그 시간에도 음식점에 들어가는 사람도 꽤 있었고 내부에도 이미 식사 중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마 한창 식사시간에 온다면 대기도 꽤 있을 것같단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음식점의 첫인상은 멋스럽다, 고급스럽다, 옛스럽지만 멋있게 잘 꾸며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가본 평양냉면집은 우래옥이 제일 멋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우래옥은 굉장히 크고 고급스러운 음식점이면,
남포 면옥은 뭔가 아기자기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일단 가게 내부의 첫인상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냉면의 가격은 11,000원으로 평양냉면 치고는 그렇게 비싸지도 또 그렇게 저렴하지도 않은 그냥 평범한 수준의 가격이다.
사실 냉면이 만 원을 넘는다는 게 아직까지도 약간 부담스럽기도 하고 좀 그렇긴 한데, 
이젠 하도 더 비싼 곳에서 많이 먹어보니까 그런지 이젠 11,000원이 저렴해 보이기까지 한다.
다른 테이블 보니 냉면뿐만 아니라 갈비탕도 많이들 드시던데 찾아보니까 갈비탕도 꽤 맛있다고 하는 후기를 많이 봤다.



어쨌든 원래 먹으려던 것은 평양냉면이니까 별다른 고민도 없이 물냉면으로 두 그릇 주문하였고,
주문하자마자 수저랑 젓가락, 동치미랑 곁들여 먹는 무 절임을 가져다주셨다.
보통 5군데를 가면 한 군데에서 이렇게 수저랑 젓가락에 종이를 씌어주는 곳이 가끔가다 있는데 이렇게 사소한 거부터 뭔가 대접받는듯한 느낌,
좀 더 디테일한 곳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다른 곳과 제일 큰 차이점이 있다면 내가 뭐 몇 군데 안되지만 지금까지 가본 평양냉면집에선 동치미가 나오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는데,
여기는 특이하게 동치미 국물이 나왔는데 오 은근히 중독스러운 맛이었다.
동치미에 신경을 많이 쓰는듯함을 보여주는 맛이었다. 끝 맛이 좀 달다는 것이 아쉬웠는데 그래도 시원하고 진하고 맛있게 잘 먹었다.



    



주문 후 크게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금방 평양냉면이 나왔고 (대략 10분도 안 기다린 것같음)
일단 남포 면옥 평양냉면의 첫인상은 굉장히 양이 많다는 것. 그릇이 작아 보일 수도 있는데 아래가 깊어서 양이 꽤 많다.
그리고 계란이 육수에 빠져있었다. 남자친구꺼는 예쁘게 잘 올라가 있었는데 왜 내 껀 빠져있냐고요! 쩝.. 하지만 불만 없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육수를 먹어보고 놀란건 밍밍함이랑은 거리가 조금 멀었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어보고 놀란 게 식초가 들어간 것처럼 시큼한 맛이 났다. 
남자친구한테 이거 평양냉면 맞냐고 함흥냉면 아니냐고 몇 번을 물어봤었다. 그 정도로나한텐 시큼한 무언가의 맛이 꽤 강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국물에 면을 다 풀고 맛보니 그새 입맛이 무뎌진 건지 어쩐 건지 시큼한 맛이 거의 없어짐..
그리고 동치미 먹을 때도 느꼈던 조금 달다는 생각이 냉면 육수를 먹을 때도 조금 달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좀 달았다.



그리고 나는 육향이 진하게 나는 육수를 좋아하는데 육향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못 느낀 거겠지? 
동치미 관리에 굉장히 열과 성의를 다 하는 집이라고 유명한데 아마 내가 느꼈던 시큼한 맛도 동치미 국물의 맛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어쨌든 육수는 사실 크게 내 스타일인 집은 아니었는데 정말 놀라웠던 것은 면이 너무 맛있었다.
왜인지 몰라도 내가 먹어본 면중에서 제일 메밀의 향이 진하게 느껴졌었다.
면만 입에 넣고 꼭꼭 씹으면 메밀의 향이 진하게 입에 맴돌았고 고소하고 맛있었다.
다른데 가면 면을 남기더라도 국물은 다 먹으려고 노력하는데 여기는 반대로 면이 너무 맛있어서 면을 다 먹고 국물을 남기고 싶었을 정도로 나는 맛있게 먹었다.
면을 계속 먹다 보면 메밀 향 무뎌질 만도한데 전혀 그런 거 없이 마지막 한입까지도 메밀향 가득 느끼며 먹었다.
아마 면이 너무 맛있어서 한 번  갈 수도있을 만큼 맛있었다.

나중에 계산하고 나갈 때 너무 맛있어서 이거 몇 프로 메밀 햠량이냐고  여쭤보니까 70%라고 하셨다.

70%가 이렇게 진한 향이랑 맛이 나다니.. 잘 뽑으신 건지 어쩐 건지 정말 맛있게 먹었다.



재방문 의사는 분명히 있다.
우래옥이 나의 최애임은 아직까지는 변함없지만 여기도 그 못지않게 맛있었던 곳이었다.
오히려 남자친구랑 원래 가려던 곳이 문 닫아서새로운 곳을 알게 되어서 잘 되었다고까지 말했을 정도로 맛있게 잘 먹었고 조만간 또 한 번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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