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추석 연휴 때 엄마가 열심히 방 청소를 하고 있길래 별생각 없이 그냥 옆에 앉아 있었는데 
엄마가 주섬주섬 시계를 꺼내더니 이게 엄마 결혼 예물로 받은 시계인데 한 번을 제대로 차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지금껏 보관만 해왔다고 하며 보여주었다.
보니까 여자 시계 하나 남자 시계 하나 놓여있었고 세이코 브랜드의 시계였다.
내 나이가 26살이니 그 예물로 받은 시계들의 나이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디자인은 그리 촌스럽지 않았고 요즘엔 복고나 빈티지로 아주 정말 정말 누가 봐도 촌스러운 옷들이나 액세서리도 하는데,
그에 비해서 이 시계는 오래됐음에도 지금 차도 전혀 손색없을 정도로 꽤 괜찮길래 엄마한테 이거 안 찰 거냐고 안 찰 거면 시계 약 바꿔서 내가 차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어차피 안 쓰고 계속 이런 식으로 보관만 하려고 했다고 하길래,
이왕이면 평소에도 나는 시계를 잘 차고 다니는 편이니까 내가 약을 바꿔서 차고 다니기로 결심하였다.



그렇게 결심을 하고 한참을 인터넷으로 어디가 확실하게 수리를 해주나 검색을 하게 되었고, 
내가 살고 있는 사당역에 대형마트가 있는데 거기에 시계수리를 30년 전 가격으로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수리를 해준다는 곳이 있었고
또 한 군데는 이미 남자친구가 저번에 산 갤럭시 기어를 손볼 때 갔었던 종로에 시계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둘 중 한군대로 결정하려고 했었다.
그렇게 계속 새벽 내내 검색에 검색을 하며 찾아낸 결과 종로에 남자친구가 저번에 시계수리를 했던 곳보다 더 유명한 곳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시계 동네라는 곳인데 사장님께서 이미 검증된 실력으로 여기저기 매스컴에도 이미 출연하셨던 분이라 믿을만하다는 말이 자자하길래 여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나는 제일 중요한 세이코 시계 하나랑 그냥저냥 3만 원짜리 시계 두 개를 들고 갔었는데 
사실 세이코 시계가 너무 오래된 것이라 시계 약을 바꿀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하면서 물어봤는데,
흔쾌히 약을 바꿀 수 있다고 하여서 8천 원에바꿨고 나머지 브랜드 없는 시계 약은 각 6천 원에 바꿔서 시계 세 가지 약을 바꾸는데 총 2만 원이 들었다.
세이코 시계 약은 가격이 더 많이 나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저렴해서 다행이라 생각했고 나머지 브랜드 없는 시계는 저번에 종로에서 각 5천 원 주고 한번 약을 바꿨었는데 한 달인가 두 달 돼서 약이 나가서 멈춰버려서 좀 화났었는데,
그때 바꿨던 곳 보다 천 원씩 더 비싸지만 그래도 최소 일 년 정도만이라도 이 상태를 유지만 해준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 약을 바꾸고 나왔는데 다른 브랜드 없는 시계는 초침이 있어서 시계가 잘 가는지 확인이 바로 되는 데에 비해,
세이코 시계는 초침이 없이 시침과 분침으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육안으로 확인하려면 시간이 좀 지난 후에 확인이 가능해서 
시계 약을 바꾸고 밖에서 오분 정도 기다려봤는데 아무리 봐도 시계가 그대로인 것이다. 
그래서 바로 다시 가져가서 시계가 안 가는 거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시계가 오래되어서 그런 거 같다고 다 분해한 후 기름칠을 해야 한다고 하셨고,
그건 약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작업이라 맡기고 어디 갔다 오라고 해서 알았다고 했고 그것은 또 추가로 2만 5천 원을 내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흑. 만약에 시계 약을 먼저 안 바꿨다면 아예 안 고쳤을 수도 있었을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시계 약을 먼저 바꿔버린 탓에 기름칠을 안 하기에도 뭐하고 그래서 결국 거금 들여 고치는 걸로 결정했다.



그렇게 종로 3가에 있는 카페에 도착해서 한 시간 동안 남자친구 아이패드로 신나게 게임을 하다가 
좀 더 여유 있게 한 시간 20분 정도 흐른 후 다시 도착하게 되었고 내가 도착했을 땐 내가 맡기러 갔을 때 완 사뭇 다르게 시계를 수리하러 온 사람들이 4명 정도 대기하고 있었고,
사장님은 수리가 완벽히 된 시계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사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남자친구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괜히 이거 고친다고 그랬나 그런 얘기도 좀 나눴는데
막상 고쳐진 시계와 처음과 다르게 잘 작동되는 시계를 손목에 차는데 너무너무 마음에 들고 역시 고치길 잘했다는 생각이 완벽하게 들었다.
그리고 정말 실력 있으신 분 맞는듯하다. 
너무 블로그에 찬양글만 있어서 솔직히 블로거들을 돈 주고 광고시킨 게 아닐까? 그런 의심도 조금은 있었는데 그렇게 찬양하는 데엔이유가 정말 있었다.
다른 시계수리점도 많은데 유독 이곳에만 사람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부디 이번 시계수리는 저번과 다르게 약이 오래가 길 바라면서!





위에 사진이 이제 제대로 작동하는 시계 사진!



   



    



그렇게 시계수리를 완벽하게 마치고 이제 뭘 하지? 하며 고민하다가 눈에 띈 것은 종묘였다.
종묘에 가봤었던 적이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처음 가보는 거 같기도 하고.. 서울에 여러 궁들은 수없이 많이 가봤는데 종묘는 내가 익숙지 않은 걸 보니 처음인 거 같기도 하다.
종묘의 입장료는 천 원이고 입장료를 내고 입장했는데 은근히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종묘를 천천히 걸으면서 한 바퀴 모두 둘러보는데 한 시간 정도 흘렀고 요즘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런지 가을이 왔음이 물씬 느껴졌다.
하지만 앉아서 쉴만한 곳을 조금 더 만들어주면 더 좋을 거 같다. 다리가 아파서 좀 앉고 싶어도 이미 앉을 수 있는 곳이 적어서 그곳엔 다 어르신들이 앉아있었고 그 외엔 앉을 자리가 마땅히 없다. 그 점이 조금은 아쉬웠다.



어쨌든 어제 하루 동안 오랫동안 고쳐야지 생각만 했던 시계 약을 모두 다 고쳐서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었다.
또 새로운 시계를 산 거 같은 기분 좋음은덤! 많은 것을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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