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딸을 낳아서 몸조리한다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 사랑스러운 아이가 돌을 맞이했다.
돌잔치는 친구네 집에서 가까운 천호역에서 한다고 초대를 하였고 기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친구 딸의 첫 생일잔치를 즐겁게 축하해주며 재밌었던 돌잔치는 끝이 났고 이제 다른 친구들과 헤어지기 아쉬워서 천호역에 계속 남아있게 되었다.



그렇게 천호역에 먹자골목 쪽을 한 바퀴 돌다가 뭘 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낼까 하고 쭉 보는데,
익숙한 그 이름! '아이스 베리'가 있는 것이었다.
학창시절 때 먹었었던 그 추억 속에 있는 아이스 베리가 아직도 이렇게 있다니! 
간판만 보고 너무 반가워서 친구들한테 아이스 베리가 아직도 있다고 말했더니
다들 역시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니 같은 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았어도 추억들은 비슷했고 
다들 한 번씩 다 가봤었던 추억이 있는 아이스크림 집이어서 단숨에 가게에 들어가게 되었다.



예전에 중고등학교 다닐 때 캔모아, 아이스 베리, 레드망고 이 세 가지 정말 많이 다녔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정말 모두 다 사라졌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넣어먹을 토핑도 고르고 또 그냥 공짜로 나오는 식빵도 그때엔 왜 이렇게 맛있었는지..
가게들이 모두 없어지니 내 추억도 같이 사라지는 것 같았고
이제는 찾으려면 멀리까지 나가야 하는 그런 전문점들이 되어버렸다. 아쉬웠다.
가끔 SNS에서 '이거 알면 최소 아재'라는 것들을 보면 거기에도 꼭 들어가 있는 캔모아 또는 아이스 베리.
이젠 정말 아재가 되어버린건가ㅎㅎ
어쨌든 간판만 보고도 어릴 적 추억부터 생각이 나니 감회가 새로웠고 그때 그 시절의내가 된 거 같은 기분이었다.









천호에 있는 아이스 베리는 2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가게 안이 굉장히 컸고 넓고 자리도 많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조용하니 친구들과 조용하게 수다 떨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또 지금 한창 크리스마스 연말 시즌이라 모형 나무에 크리스마스트리처럼 꾸며놨는데 예쁘게 꾸며놔서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만큼 저렴한 가격도 아니었고 예전만큼 소박한 느낌의 아이스크림 가게는 아니었다.
세월이 흐른 만큼 메뉴 역시 시대를 따라 변해있었고 가격은 두말할 것도 없이 비싸졌다.
어쨌든 우리는 밀크 딸기 요빙(15,000)과 시나몬 허니브레드(7,000)를 시켰고 사실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서 그렇다만.. 
내 기준에 빙수의 가격도 요트 아이스크림의 가격도 저렴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밀크딸기요빙은 주문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금방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올라가 있었고 딸기도 생각보다 많이 들어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우유 얼음 위에는 연유가 뿌려져 있어서 많이 달았지만 그래도 새콤한 딸기와 함께 어우러지니 더 맛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15,000원의 가격은 살짝 비싸다고 느껴지는 것은 변함이 없다.
나는 고등학생 때엔 그냥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뭐 다른 토핑 들어간 것을 위주로만 먹어서 그런지
아이스 베리에 빙수도 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솔직히 빙수로 유명한 체인점에서 파는 빙수보다 맛은 훨씬 더 좋았다.





시나몬 허니 브레드는 주문한 후 15분~20분 정도 걸린다고 처음에 말씀하셨는데 실제로도 빙수를 한창 먹고 있을 때에 준비되어 나왔다.
시나몬 허니 브레드는 크게 여기가 더 맛있다, 맛없다 할 특징은 없었는데 좋았던 것은꿀 같은 시럽이 다른 카페에서 주문하는 것보다 많이 뿌려져 있었고,
휘핑크림도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시키는 것의 배로 많이 올려주셔서 뭐든 부족함 없이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7,000원의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시나몬 허니 브레드 시키면 절대 후회할 일이나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친구가 얼마 전 약 한 달간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가기 전부터 자기가 유럽 갔다 올 때 뭘 사 왔으면 좋겠냐고 뭐 가지고 싶은 거 있냐고 물어보는 친구에게, 오래전부터 먹어보고 싶었던 과자를 부탁하였고 도착하자마자 그 과자를 샀고 들고 여행 중이라고 연락이 왔었다.
그 후로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무사귀환했고 그 선물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가 이번에 돌잔치 하게 되면서 받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렇게 오늘 돌잔치 때 모두 다 만나게 되었고 친구가 내민 것은 예쁘게 포장한 묵직한 상자였고 열어보니 이것저것 많은 것이 들어있었다.
부탁했었던 그 과자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초콜릿들, 귀여운 모양의 방향제와 곰돌이 키 링, 그리고 스킨이 들어있었다.
친구가 준 선물을 받고 예상치 못한 선물들을 많이 받아서 기분이 좋은 것도 물론 있었지만
그 친구가 이것들을 사면서 했을 내 생각들과 또 긴 여행 동안 들고 다니느라 고생 많이했겠구나 생각도 들고
또 꾹꾹 눌러쓴 편지를 읽으면서도 참 고마웠다. 
친구가 나에 대해서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던 생각들을 보고 있자니 정말 연말에 큰 선물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어린 왕자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제일 마음을 울렸던 대사를 꼽으라면,
'제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말이었고 그 대사가 머릿속에서 계속 떠올랐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했다.
오늘 친구에게 이런 선물을 받으며 그 말이 다시 마음속으로 떠올랐다. 
친구가 나를 위해서 편지를 쓰며 또 그 먼 유럽에서 선물을 하나하나 고르며, 여러 멋진 풍경들을 보며 내 생각을 했다는 말에 그 친구의 마음이 느껴져서 고마웠다.
나도 내 주변 사람들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연말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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