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피를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크게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커피 자체는 좋아했지만, 아메리카노의 쓴맛을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 거지? 했었고,
그때엔 맨날 카페모카만 주야장천 마셨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카페모카를 먹고 나면 입안에 단맛이 남는 게 싫었고 그냥 깔끔하게 남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시작했고,
그렇게 카페모카 대신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게 한두 번이 되다가, 이제는 아예 카페모카는 먹지 않는다.

 

 

아메리카노를 자주 마시다 보니 좋아하게 되었고,
커피에 대해 좀 더 알아보다가 우연히 맛본 더치커피에 반해서 한동안 더치커피 맛 집을 찾아다니다가
한 2년 전쯤부터는 콜드브루가 메뉴판에 있으면 콜드브루를 무조건 시키는 편이다.
원래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에도 어떤 다른 음료를 마실 때에도 사계절 내내 항상 아이스로만 마셨고,
콜드브루가 아메리카노에 비해 좀 진한 느낌은 있지만 아메리카노 특유의 텁텁함이 없어서 즐겨 찾는다.
예전에 비해 콜드브루가 얼마 전부터 뜨고 있는 추세이고 많이들 찾는데,
이번에 스타벅스에서 콜드브루를 이용한 신메뉴 음료가 나왔다고 하여 보라매공원에서 한창 봄을 만끽하다가 스타벅스를 찾아가게 되었다.
사실 신메뉴가 나온다고 하여 매번 가서 마셔보고 그러는 성격은 아닌데, 워낙 콜드브루를 좋아하니 이번 신메뉴엔 관심이 갔다.

 






 

이름은 '콜드폼콜드브루' 인데,
이름 그대로 아래엔 콜드브루 커피가 있고 커피 위에 달달한 폼이 올라가 있는 비주얼이다.

 

 

 

 

커피의 뚜껑을 일부러 닫지 않고 이렇게 열어서 주는데 그 이유는 섞거나 빨대로 먹는 것보다,
입을 그냥 컵에 대고 같이 마시는 게 폼의 부드럽게 목넘김을 더 잘 느끼게 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마셔보려고 시도는 했지만 쉽지 않았다. 폼만 먹어지고 아래에 커피는 잘 안 마셔졌고,
더 확 재껴서 먹으면 흘릴 거 같아서 불안해서 컵에 입을 대고 먹는 게 여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커피가 생각보다 너무 달아서 폼 때문에 이렇게 단 건가? 했는데,
후에 다른 블로그들의 후기를 보면서 알게 된 것인데 커피에도 시럽이 들어간다고 한다.
미리 알았더라면 시럽을 빼달라고 했을 텐데.. 어쨌든 생각보다 더 달다.
달달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는데, 그 예상보다 훨씬 더 달아서 당황스러웠다.
톨 사이즈 콜드폼콜드브루의 가격은 5800원이다. 폼 하나로 그냥 콜드브루와 가격차이가 꽤 나는 편이다.

 

 

후에 테이크아웃하여 공원에서 걸어 다니며 폼과 커피를 섞어서 마셨는데,
이렇게 마셔도 목넘김이 너무 부드럽고 좋았다. 톨 사이즈로 시키지 말고 더 큰 사이즈로 시킬걸 하는 후회를 할 정도였다.
맛있어서 그런지 금방 다 마셔버렸고 아메리카노나 콜드브루보다 조금 단것이 마시고 싶을 때 한 번쯤은 다시 마셔도 좋을 것 같은 느낌.
하지만 그때엔 꼭 시럽을 빼서 마실 것이다. 시럽을 넣어, 달아서 그런지 콜드브루의 맛이 조금 묻히는 느낌이 있었다.
결론은 이번 신메뉴 맛있다.

 

 

날은 풀렸지만 바람이 꽤 불었고 오늘 황사가 매우 심하다고 하더니 날이 너무 흐렸다.

 

 

이수역에서 만난 친구와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남성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전에 페이스북에서 본 남성역에 분위기 좋은 카페를 보고 친구를 태그 했었는데,
그것을 기억하고 거기로 가자고 하는 친구의 말에 신나게 얘기하며 남성역까지 걸어갔다.
남성역까지는 금방 갔는데 남성역에서 월하당 찾으러 가는 길은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이렇게 주택가에 카페가 있다고? 사람들이 큰길에 없어도 찾으러 간다고? 생각하며 골목의 오르막길을 오르려는 찰나에 발견한 월하당.
겉모습을 봤을 땐 카페인 줄도 몰랐다.

 

 

안에 들어갈 때 먼저 자리를 맡고 주문하려고 했는데, 꼭 입장과 동시에 주문을 하고 자리를 앉으라고 해서 정신없이 주문.
친구는 아이스 밀크티를 주문했고,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때 산미가 나는 것, 부드러운 것, 진한 것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하여 나는 진한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원래 마들렌을 주문하려 했었는데 1시에 오픈인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2시였는데,
그새 포장해 둔 마들렌이 품절되었다고 그랬다. 유명하긴 한가보다. 오픈한지 한 시간 만에 마들렌이 품절이라니!
주문하고 처음엔 창가 바로 옆의 자리에 앉았었는데 우리는 마주 보고 대화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 주문받는 곳 바로 옆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원래 앉았었다는 창가 바로 옆자리가 여기였는데 인스타그램에서 분위기 깡패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하얀 벽과 하늘하늘한 하얀 커튼까지 크게 꾸미지 않아도 심플함 속에서 나오는 매력이 가득했다.

 

 

 

 

마주 보며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서 옮긴 자리는 저 검은색 조그마한 상이 올려져 있는 자리였는데,
그 옆에 벽이 가벽이라 기대면 무너질 수 있으니 벽에 기대서 앉지 말라고 했다.
어정쩡하게 앞쪽에 다리를 앞에 걸치고 앉아있었더니 시킨 음료를 가져다주실 때
이 자리는 신발을 벗고 다리를 아예 올려서 즐길 수 있는 자리라 설명해주셔서 우리도 신발을 벗고 아빠 다리를 하고 수다를 떨었다.

 

 

 






 

주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가 시킨 음료가 먼저 나왔고, 후에 친구가 네이버에 월 합당을 검색해본 결과~
레몬 파운드케이크가 맛있는 집이라고 써져있었다면서 추가 주문을 하였다.
밥을 먹고 바로 간 거라 이거 다 먹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포크를 드는 순간 게눈 감추듯 사라졌다.
위에 뿌려진 시럽(?) 맛이 상큼하니 입맛을 돋아주었고 커피랑 진짜 잘 어울리는 디저트였다.
(하긴 커피랑 안 어울리는 디저트 찾기가 더 어렵다.)
부드러운 그런 빵은 아니고 포슬포슬한 그런 식감. (전혀 퍽퍽하진 않다. 그냥 우리가 알고 있는 파운드케이크랑 똑같다.)
품절된 마들렌의 아쉬움을 충족시키기엔 나쁘지 않았다. 레몬 파운드 가격은 6천 원.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진한 맛을 선택했는데도 산미가 꽤 있었다.
그래도 커피 원두 탄 맛이 나 텁텁한 맛 하나 없이 정말 깔끔한 걸 보니 좋은 원두를 잘 쓰시는 것 같았다.
어떤 유명한 카페들을 블로그에서 보고 가면 원두를 어찌나 태워서 쓰는지 진짜 별로인 곳이 많은데 여기는 진짜 괜찮은 듯.
후에 다른 블로그를 보고 알게 된 건데 남자분께서는 커피를 주로 하시고, 주문받으시는 여자분께서는 디저트를 주로 하신다고 써져있었다.
왠지 주문받을 때 여자분께서 디저트에 대한 뭔가 자부심 같은 게 느껴졌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구나.

 

 

우리가 주문하고 들어올 때 2시쯤에는 가게 안에 한 테이블 밖에 손님이 없었는데,
주문한 것들이 나올 때 즈음엔 만석이었다. 다 젊은 20대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유명한 곳에도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자리가 너무 불편하다.
어느 자리를 앉아도 불편하다. 처음에 앉았던 창가 쪽 자리는 앉는 곳에 비해 테이블이 너무 낮고 마주 보고 얘기할 수 없었고,
옮긴 자리에서는 그나마 편할 줄 알았는데 아빠 다리로 앉을 수밖에 없는 협소한 자리여서 친구는 다리가 저린다고 그랬고 나는 골반이 아팠다.
전부 오래 앉아있을 수 없는 그런 불편한 좌석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도 한 30분 있었나, 금방 다 마셔버리고 나왔다.
커피는 맛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고 느껴질 만큼 맛이 좋았는데..
이 근처 지나가다가 테이크아웃으로는 또 사서 마실 의향은 있다.

 

 

또 나중에 검색하다가 알게 된 건데 여기는 노 키즈 존이라고 한다.
월요일에 휴무라고 하지만 오전에 열 때도 있고 유동적이라고 하니 인스타그램에 월하당 검색해서 찾아보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심플함이 때로는 화려한 것보다 더 아름답고 분위기가 더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말 그대로 맛있고 예쁜 카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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