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 지는 좀 되었지만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책을 늦었지만 읽게 되었다.
서점에 베스트셀러 코너에 항상 자리 잡고 있었지만 왜 그동안 사서 볼 생각이 나 펼쳐볼 생각을 안 했는지,
심지어 내 이름도 김지영인데 왜 조금 더 호기심 있게 보질 못했을까.


어쨌든 늦게 읽었지만 읽길 잘했다는 생각을 수없이 많이 했다.

 


처음에 이 책에 호기심이 생긴 동기는 알라딘 중고서적에서 미리 보기로 몇 페이지를 읽었는데,
몇 페이지 사이에 내 엄마의 이야기와 너무 비슷한 이야기가 있어서 이렇게 흥미로운 책을 왜 안 읽었는지.. 바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얘기를 해보자면 엄마가 아빠를 만나 결혼을 했고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임신을 하셨다.
첫 임신에 너무 기뻐하였고 엄마는 아이의 성별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빠의 엄마, 즉 시어머니께서는 임신한 엄마를 보자마자 성별은 뭐냐고 하셨고 아빠가 장손이라 아들을 대놓고 바라셨다고 했다.
그렇지만 몇 개월 뒤 성별을 알고 난 뒤 여자아기라는 것을 알게 되어 시댁에 알렸고,
괜찮다고 둘째는 아들 낳으면 된다고 그러셨다고 한다.

그 첫째 여자아이가 지금의 나고 내가 태어났을 땐 큰아들의 첫째 딸이라고, 그래도 첫째여서 얼굴은 보고 이뻐해 주고 가셨다고 그랬다.
그렇게 1년 조금 뒤 두 번째 임신을 하셨고 태몽도 그렇고 태동이 심상치 않아 남자 아인 줄 알았는데,
여자아기가 태어났고 산부인과까지 오셔서는 아이를 낳자마자 성별만 확인하고 얼굴도 안 보고 그냥 가셨다고 한다.
그렇게 태어난 게 내 하나뿐인 여동생이다.
엄마가 바란 건 그저 그냥 성별과는 상관없이 축하한다,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였을 텐데.
내 동생은 태어나자마자 축하를 받아야 하는 속에서 이유 없이, 아니 여자라는 이유로 외면당한 거다.

 

 

그리고 작은어머니한테는 아들이 딱 하나 있는데 그 손주는 정말 어릴 때부터 매일 쫓아다니며 업어키우셨고,
매일매일 그 집에 가서 그 애를 학교고 학원이고 따라다니며 키우셨다.
우리보다 훨씬 어리지만 세뱃돈은 배로 많이 받았고 그런 복돈 때문에 내가 억울하거나 화가 나거나 그러진 않는다.
그 애가 일을 저지르고 우리 탓이라고 거짓말하면 우리를 믿어주지도 않아서 우린 두세 배로 혼났다.
그런데 나와 동생은 한 살 차이 밖에 안 나고 외적인 것도 큰 차이도 없었는데 내가 하는 모든 것은 예뻐하셨고,
내 동생이 하는 모든 것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셨다.
아주 어릴 땐 나를 편애하고 동생을 탐탁지 않아 하는 것에 큰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머리가 크니 그 자체도 싫었다. 내가 둘째로 태어났고 또 '여자'로 태어났다면 내가 저런 일을 당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컸다.

 

 

우리 가족 모두가 친가 집에 명절 때 가면 아들 못 낳은 죄인지, 같은 며느리여도 우리 엄마만 두세 배 이상으로 일시켰고,
이젠 몇 년 전인 지도 기억나지 않는 명절 어느 날엔 며느리라곤 두 명뿐인 집에 한 명이 빠지면 타격이 큰데,
엄마가 심한 감기에 걸려 밖에 나가는 거조차 힘들어하셨는데 한 명이 빠지면 한 명이 힘드니까 빠질 수 없다고 하여,
우리의 만료에도 불구하고 음식 장만하러 가셨는데,
정작 작은어머니는 두통 때문에 못 온다고 하여 그렇게 아픈 와중에 혼자 이틀 동안 모든 음식 장만에 가족들 식사에 설거지에 후식까지 챙기셨고
그 후로 집에 와서 며칠을 앓아누우셨다.
우리 엄마는 아파도 일해야 하고, 작은어머니는 두통 때문에 못 온다고 해도 쉬라고만 말씀하시는 건지.
지금은 그게 왜 그런지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넘기지만 그때는 엄마가 아들을 낳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런 거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날 너무 화가 나서 내가 엄마한테 난 이제 친할머니네 집에 안 갈 거라고 큰소리쳤고 그 후로 아빠 빼고 아무도
한번도 가지 않았다.

맞서기보다 그냥 피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후에도 사실 우리 집에 찾아와서 막말을 하던지 친가 쪽 가족들이 다 와서 집안 분위기를 망쳐놓는다던지 아주 많은 일이 있었는데,
막말 중에 기억에 제일 크게 남는 건 엄마한테 할머니가 '네가 여자니까 참고 살아라', '여자는 원래 숙이고 사는 거야'.
진짜 기가 막혀 어떠한 말도 안 나오는 말이다. 세상에 이렇게 거지 같은 말도 있을까 싶다.
이때의 일들은 언제 생각해도 혈압이 오른다.

 

 

어쨌든 내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다시 책 얘기를 하자면,
이런 일들을 내가 보고 듣고 겪은 게 있어서 그런지 이 책의 앞쪽의 미리 보기를 우연히 인터넷으로 먼저 보았는데 당최 우리 엄마 얘기 같고,
그냥 지나칠만한 책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내 제일 주변, 가족의 이야기 같아서.

 

 

책 어느 한순간도 공감이 가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처음엔 우리 엄마 얘기 같아서 읽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게 내 미래 얘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여자로 살아가는 게,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알게 모르게 차별을 겪으며 살고 있고 또 그 사실을 나도 느끼며 살고 있었는데,
미래에 내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도 이렇게 힘든 일들을 내가 겪을 수도 있는 것이고
또 누군가는 오늘, 어제, 과거에, 혹은 당장 내일 먼 미래에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책을 읽을수록 현실이 이렇다는 것에 답답했고 내 미래도 이 책 속에 김지영 씨와 비슷할 것 같아 두렵기도 했다.
또 과거와 현재는 많은 게 달라져 있는데 우리들의 인식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내 주변 가족에게는 물론이고 친구들이 책 추천해달라고 하면 이 책을 먼저 추천해주고 싶다.
물론 읽으면 즐거워지거나 행복하게 읽을 책은 아니지만 여자라면 아니 남자여도 꼭 한 번은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에 페미니스트나 페미니즘이 항상 따라붙는데,
페미니스트나 페미니즘에 관심이 적더라도 그냥 이 책이 나의 미래 얘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주변 얘기일 수도 있으니까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나도 책을 먼저 읽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아무튼 벌써 올해 7권의 책을 읽었다. 비록 여기에 적은 건 이제 네 권뿐이지만,
올해 읽은 책 중 best3위 안에 들 정도로 아주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선뜻 선물해주고 책에 있던 내용들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남자친구에게도 고맙다.
(하지만 남자친구도 이 책을 꼭 읽어보면 더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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