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의 날씨는 30도를 육박하는 여름 날씨였다.
햇빛도 굉장히 따가운 한낮에 광화문 교보문고 마리몬드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는 파우치를 사기 위해 열심히 발걸음을 옮겼다.
전에 남자친구가 을지로에서 몇 달간인턴생활을 한 적이 있어서 종로 지리나 음식점은 꽤 많이 알고 있는 편인데,
사실 요즘 어느 동네든 물가가 굉장히 오르긴 했지만 종로는 특히 뭐 마땅히 먹을 것도 애매하고 비싸긴 굉장히 비싸다.



더워서 오래 밖에 돌아다니며 음식을 고르는 것은 남자친구도 나도 서로 짜증만 날일이기에,
광화문역 8번 출구와 인접해 있는 타코벨로 가기로 정했고 둘 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에 처음 가보는 체인점이었다.
사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 뭘 주문해야 맛있을지 얼마나 주문해야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지 등등 하나도 몰라서 좀 걱정은 됐다.
한시 반쯤에 도착했고 주문은 직접 점원에게 할 수도 있고 요즘 패스트푸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키오스크로도 할 수 있는 형식인데,
우리는 키오스크로 주문을 했고 뭘 시켜야 맛있을지 좀 고민을 하다가 타코 치킨 세트(2인)을 시켰고 가격은 12500원.





사진이 잘 안 보이긴 하지만 타코벨 메뉴판과 가격은 이러하다.
한시 반에 도착했어도 꽤 자리에 사람들이 많았고 우리가 착석한 후에도 가족단위, 혼자 온 사람들도 많았다.
주문하고 5분 기다렸나.. 굉장히 음식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우리가 시킨 타코 치킨 세트 (2인)이 준비되어 나오자마자 찍은 사진.
치킨 타코는 안에 치킨이 들어있는 건가 싶었는데, 
웬걸 이름과 아주 걸맞게 겉에 넓적한 치킨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안에 야채와 토마토 치즈와 소스가 들어있는데 무슨 소스인지 모르겠지만 소스가 맛있다.
소스가 향이 좀 독특하고 어디선가 먹어본 그런 맛인데, 치킨이 느끼할 수있는데 소스가 잘 잡아주어서 끝까지 느끼하지 않게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이거 가지고 배가 부를까?'했는데 치킨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그런가 하나 먹어도 꽤 배가 찬다.
그리고 이게 신메뉴인지 몰랐는데 신메뉴 나온 기념으로 사진에 보이는 저 명함같이 생긴 종이를 주는데,
뒤에 스크래치를 긁으면 하나 더 당첨되는 그런 거인데  당첨되는 건지 어쩐 건지 모르겠지만 당첨되어 한 개  시켜 먹었다. 개이득ㅋㅋ

비프 크런치 타코 역시 맛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집에서 그나마 제일 가까운 강남역에 원래 타코벨이 오랫동안 있었는데,
최근에 없어진 걸로 알고 있는데 진즉 한 번 가볼걸 했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보다 한 끼 식사로도 충분히 되고 또 너무 맛있고 뭔가 다른 프랜차이즈들보다 더 깔끔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어쨌든 맛있었다.
다음에도 갈 기회를 만들어서 가고 싶을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맛있고 배부른 점심을 먹고 원래 목적이었던 광화문에 친구 선물로주려고 점찍어둔,
마리몬드에서 판매하고 있는 파우치를 사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친구가 파우치가 다 닳았다고 그냥 지나친 말이지만 곧 생일이기도 하고 또 다른 흔한 파우치는 선물해주고 싶지 않았기에,
평소에 관심이 많던 마리몬드 제품을 선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참고로 마리몬드(MARYMOND)는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한 분 한 분의 인생을 모티브로 한 꽃 할머니프로젝트를 진행하여, 그 프로젝트를 통해 정해진 꽃에서 영감을 얻어 패턴을 디자인하고 제품을 판매하고 또 수익의 50% 이상을 한국 정신대 문제 대책 협의회와 위안부 역사관 박물관 건립 기금,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활복지 기금 등으로 사용한다. 캠페인 제품에 한해서는 순 수익금 전액을 기부한다.
이런 굉장히 좋은 취지의 제품을 선물해주는 나도 기분이 좋고 또 친구도 좋아할 거라 믿어서 선택.
어쨌든 광화문 교보문고에 마리몬드 팝업스토어(?) 같이 핫트랙스에 조그마하게 있다고 하여 간 거였는데,
핸드폰 케이스와 에코백, 배지 등 조금씩 있긴 있는데 내가 생각했던 파우치는 하나도 없었다. 흑.. 그거 때문에간 거였는데..



아쉬운 마음으로 일단 선물하려 했던 책이랑 내가 읽으려고 점찍어둔 갓 나온 신작 책 황선미 장편소설 '엑시트'를 샀다.

미리 보기로 조금 읽어봤는데 그 짧은 몇 페이지지만 꽤 흥미로웠고 요즘엔 에세이 책보다 소설책이 더 재밌다.
아마 다음 책 리뷰는 '엑시트'가 될 것 같다.



결국 뚝섬역에 있는 마리몬드 라운지에 바로 갔고 거기엔 온라인에 있는 제품이 모두 다 있다는 걸 알고 갔기에 당연히 원하던 제품이 있었고,
내부에 크진 않지만 예쁘게 꾸며진 카페랑 같이 운영 중이어서 커피를 마시며 쉬기도 굉장히 좋다. 또 직원분들도 굉장히 친절하시다.
어쨌든 내가 갔을 땐 자리가 없어서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나왔다. 
제일 아쉬운 건 내부 사진이라도 좀 찍을걸 하는 아쉬움. 다음에 갔을 땐 꼭 안에서 커피도 먹고 사진도 많이 찍어서 올려야지.



어쨌든 오늘 하루도 굉장히 더운 하루였는데도 이곳저곳 많이 다녔다.






나온 지는 좀 되었지만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책을 늦었지만 읽게 되었다.
서점에 베스트셀러 코너에 항상 자리 잡고 있었지만 왜 그동안 사서 볼 생각이 나 펼쳐볼 생각을 안 했는지,
심지어 내 이름도 김지영인데 왜 조금 더 호기심 있게 보질 못했을까.


어쨌든 늦게 읽었지만 읽길 잘했다는 생각을 수없이 많이 했다.

 


처음에 이 책에 호기심이 생긴 동기는 알라딘 중고서적에서 미리 보기로 몇 페이지를 읽었는데,
몇 페이지 사이에 내 엄마의 이야기와 너무 비슷한 이야기가 있어서 이렇게 흥미로운 책을 왜 안 읽었는지.. 바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얘기를 해보자면 엄마가 아빠를 만나 결혼을 했고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임신을 하셨다.
첫 임신에 너무 기뻐하였고 엄마는 아이의 성별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빠의 엄마, 즉 시어머니께서는 임신한 엄마를 보자마자 성별은 뭐냐고 하셨고 아빠가 장손이라 아들을 대놓고 바라셨다고 했다.
그렇지만 몇 개월 뒤 성별을 알고 난 뒤 여자아기라는 것을 알게 되어 시댁에 알렸고,
괜찮다고 둘째는 아들 낳으면 된다고 그러셨다고 한다.

그 첫째 여자아이가 지금의 나고 내가 태어났을 땐 큰아들의 첫째 딸이라고, 그래도 첫째여서 얼굴은 보고 이뻐해 주고 가셨다고 그랬다.
그렇게 1년 조금 뒤 두 번째 임신을 하셨고 태몽도 그렇고 태동이 심상치 않아 남자 아인 줄 알았는데,
여자아기가 태어났고 산부인과까지 오셔서는 아이를 낳자마자 성별만 확인하고 얼굴도 안 보고 그냥 가셨다고 한다.
그렇게 태어난 게 내 하나뿐인 여동생이다.
엄마가 바란 건 그저 그냥 성별과는 상관없이 축하한다,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였을 텐데.
내 동생은 태어나자마자 축하를 받아야 하는 속에서 이유 없이, 아니 여자라는 이유로 외면당한 거다.

 

 

그리고 작은어머니한테는 아들이 딱 하나 있는데 그 손주는 정말 어릴 때부터 매일 쫓아다니며 업어키우셨고,
매일매일 그 집에 가서 그 애를 학교고 학원이고 따라다니며 키우셨다.
우리보다 훨씬 어리지만 세뱃돈은 배로 많이 받았고 그런 복돈 때문에 내가 억울하거나 화가 나거나 그러진 않는다.
그 애가 일을 저지르고 우리 탓이라고 거짓말하면 우리를 믿어주지도 않아서 우린 두세 배로 혼났다.
그런데 나와 동생은 한 살 차이 밖에 안 나고 외적인 것도 큰 차이도 없었는데 내가 하는 모든 것은 예뻐하셨고,
내 동생이 하는 모든 것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셨다.
아주 어릴 땐 나를 편애하고 동생을 탐탁지 않아 하는 것에 큰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머리가 크니 그 자체도 싫었다. 내가 둘째로 태어났고 또 '여자'로 태어났다면 내가 저런 일을 당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컸다.

 

 

우리 가족 모두가 친가 집에 명절 때 가면 아들 못 낳은 죄인지, 같은 며느리여도 우리 엄마만 두세 배 이상으로 일시켰고,
이젠 몇 년 전인 지도 기억나지 않는 명절 어느 날엔 며느리라곤 두 명뿐인 집에 한 명이 빠지면 타격이 큰데,
엄마가 심한 감기에 걸려 밖에 나가는 거조차 힘들어하셨는데 한 명이 빠지면 한 명이 힘드니까 빠질 수 없다고 하여,
우리의 만료에도 불구하고 음식 장만하러 가셨는데,
정작 작은어머니는 두통 때문에 못 온다고 하여 그렇게 아픈 와중에 혼자 이틀 동안 모든 음식 장만에 가족들 식사에 설거지에 후식까지 챙기셨고
그 후로 집에 와서 며칠을 앓아누우셨다.
우리 엄마는 아파도 일해야 하고, 작은어머니는 두통 때문에 못 온다고 해도 쉬라고만 말씀하시는 건지.
지금은 그게 왜 그런지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넘기지만 그때는 엄마가 아들을 낳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런 거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날 너무 화가 나서 내가 엄마한테 난 이제 친할머니네 집에 안 갈 거라고 큰소리쳤고 그 후로 아빠 빼고 아무도
한번도 가지 않았다.

맞서기보다 그냥 피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후에도 사실 우리 집에 찾아와서 막말을 하던지 친가 쪽 가족들이 다 와서 집안 분위기를 망쳐놓는다던지 아주 많은 일이 있었는데,
막말 중에 기억에 제일 크게 남는 건 엄마한테 할머니가 '네가 여자니까 참고 살아라', '여자는 원래 숙이고 사는 거야'.
진짜 기가 막혀 어떠한 말도 안 나오는 말이다. 세상에 이렇게 거지 같은 말도 있을까 싶다.
이때의 일들은 언제 생각해도 혈압이 오른다.

 

 

어쨌든 내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다시 책 얘기를 하자면,
이런 일들을 내가 보고 듣고 겪은 게 있어서 그런지 이 책의 앞쪽의 미리 보기를 우연히 인터넷으로 먼저 보았는데 당최 우리 엄마 얘기 같고,
그냥 지나칠만한 책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내 제일 주변, 가족의 이야기 같아서.

 

 

책 어느 한순간도 공감이 가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처음엔 우리 엄마 얘기 같아서 읽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게 내 미래 얘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여자로 살아가는 게,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알게 모르게 차별을 겪으며 살고 있고 또 그 사실을 나도 느끼며 살고 있었는데,
미래에 내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도 이렇게 힘든 일들을 내가 겪을 수도 있는 것이고
또 누군가는 오늘, 어제, 과거에, 혹은 당장 내일 먼 미래에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책을 읽을수록 현실이 이렇다는 것에 답답했고 내 미래도 이 책 속에 김지영 씨와 비슷할 것 같아 두렵기도 했다.
또 과거와 현재는 많은 게 달라져 있는데 우리들의 인식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내 주변 가족에게는 물론이고 친구들이 책 추천해달라고 하면 이 책을 먼저 추천해주고 싶다.
물론 읽으면 즐거워지거나 행복하게 읽을 책은 아니지만 여자라면 아니 남자여도 꼭 한 번은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에 페미니스트나 페미니즘이 항상 따라붙는데,
페미니스트나 페미니즘에 관심이 적더라도 그냥 이 책이 나의 미래 얘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주변 얘기일 수도 있으니까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나도 책을 먼저 읽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아무튼 벌써 올해 7권의 책을 읽었다. 비록 여기에 적은 건 이제 네 권뿐이지만,
올해 읽은 책 중 best3위 안에 들 정도로 아주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선뜻 선물해주고 책에 있던 내용들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남자친구에게도 고맙다.
(하지만 남자친구도 이 책을 꼭 읽어보면 더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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