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 목요일 오후!


친구가 인스타그램에 스타벅스 신메뉴가 나오자마자 먹고 사진 찍어 올린 것을 보고 나도 마셔보고 리뷰해볼까? 하던 차에,
스타벅스를 굉장히 좋아하는.. 남자친구가 졸업식 끝나고 우리 동네에 놀러 왔길래 마침 잘 됐다 싶어서 시킨!
봄 신메뉴 중에 '헬로 스프링이 라떼'







 



이렇게 사진을 봤을 때 슈크림 프라푸치노는 왠지 칼로리가 굉장히 높고 무지 달 것 같아서 스프링이 라테로 시켰는데..
기대감을 한 아름 안고 시켰는데... 원래 스타벅스에서 신메뉴 나와도 맨날 마시던 거만 먹고 새로운 도전은 안 했는데..


은은한 얼그레이 티와 아카시아꿀, 아삭아삭한 사과가 만나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티라며...
헬로 스프링 티 라떼로 반가운 봄의 인사를 나눠보라며...


봄이 오려다가 다 도망가 버리는 맛..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한 개도 안 보고 간 거라 맛을 그래도 기대했는데..
(심지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친구도 맛 평가는 안 하고 사진만 찍어 올렸음)


 



일단 나는 아이스를 마셨는데 얼음 때문에 결국 사과의 절반 이상은 컵 아래에 다 붙어있어서 못 먹고 버렸다.
따듯한 걸로 마시면 아예 스푼을 준다고 그런다. 이런 점을 보면 차라리 따듯한 걸 마시는 게 나을 듯..


호불호가 강하다는데 나는 완전 불!!!!!!!!!!!!!!!!!!!!!!
남자친구는 처음 먹을 땐 사과 때문인지 당황스러워하다가 다 마실 때 즈음엔 먹을만한 거 같다고 그랬다.


스타벅스에서는 자몽 허니 블랙 티가 최고다.

 

처음으로 책이라는 것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초등학생 때 자신의 취미나 흥미에 대해 매년 써서 선생님께 제출하는 숙제가 있었는데, 그땐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읽지도 않았으면서 취미에는 책 읽기라고 써서 냈었다.(왜 그랬는지는 음.. 나도모르겠다. 딱히 나는 취미가 있지 않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초등학생에게 취미가 뭐냐고 묻는 것에 자신의 취미가 확실히 이것이다 말할 수 있는 그런 학생이 몇이나 되겠느냐.. 제일 만만한 게 그저 독서였을 뿐..) 독후감 숙제를 내주는 방학숙제는 더더욱이나 싫었다.
그렇게 중고등학생 때엔 국어시간이나 문학 시간에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수많은 수필, 소설들에 따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더더욱이나 생각하기도 싫었다. 그렇게 대학생이 되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읽는 친구들을 보면서 전공서적이나 교양서적을 읽고 배우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생각을 했다.

 


오래는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눈치 보며 살아가기(버티기라는 말이 더 옳을 것 같다), 분명 아닌 일에 맞는다고 밖에 할 수 없었던 일들, 부당한 일을 당하는 주변인들과 그게 언제 나의 일이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 내가 느끼는 감정들에 솔직하게 말하고 행동할 수 없었던 일들, 슬프고 우울하지만 그 감정들을 어디서도 들어낼 수 없어 혼자만 앓고 감정 해소를 못했던 일들, 갑과 을이 분명한 사회에서 처음으로 겪는 '을'의 입장이란 내가 생각했던 일보다 더 만만치 않았고, 어느 날 내가 생각했던 '김지영'의 모습은 사라져 있는 것 같았다.

 


분명 나는 웃는 것을 좋아하고, 남들에게 쓸데없는 농담 따먹기라도 하며 웃겨주길 좋아하고 그들이 웃는 것에 행복을 느끼던 사람이었다. 누가 봐도 아닌 일에 남들이 다 눈치 보며 수긍할 때 "죄송한데 제 생각에는 ~점이 아닌 거 같습니다. ~게 바꾸는 게 어떨까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덕에 주변에 친구들도 어느 누구 부럽지 않게 많았었고 (거의 전교생이랑 친구였다.) 그 친구들이랑 어울려 내는 것을 좋아하던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물론 내 생각도 있지만, 대다수의 친구들의 의견도 반영된 것이다.)


 

그런 내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눈치 보며 행동하고, 부당한 일을 겪는 동기들을 봐도 이건 아니라고 말을 못하고 있는 나 스스로에게 너무 힘들었다. 점점 이렇게 소극적이고 억지로 웃으며 수동적으로 변하는 내 모습을 보며 스스로가 너무 힘들었다. 이런 점들을 내 주변 사회생활을 30년가량 한 제일 최측근(?) 엄마한테 말을 해봐도 돌아오는 답은

"그게 사회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있어도 가만히 있어야 하고 참아내야 하는 거다. 엄마는 몇십 년을 그렇게 해왔다. 세상에 자기표현 다하고 부당한 일에 하나하나 대응하는 사람 어디 있겠느냐. 조금만 더 참고 버티면 그 시기가 지나갈 것이고 그게 다 경험이 되는 거다."

..엄마의 말도 맞았다. 틀린 말이 하나 없어 다 수긍하고 말았다. 하지만 진정한 위로가 되지는 않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불과 몇 달 전 요즘 시간 여유가 아주 많은 나는 그냥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조금 아까운 것 같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고, 상식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서 만화책이나 그림뿐인 여행책이나 아주 글씨가 큰 책이라도 좋으니 조금씩 책 읽는 것에 흥미를 가져보자고 생각하고 갔다. 책을 쭉 둘러보며 어떤 책을 읽으면 내가 책에 흥미를 좀 붙여볼까 생각하며 이 책 저 책을 봤다. 나는 보통 책을 볼 때 책 맨 뒤표지를 보거나 중간에 한두 페이지 읽고 마음에 와닿는 글이 있으면 빌리거나 본다. 그렇게 그날 빌려온 책은 총 두 권이었고,두 권 다 에세이 종류의 책이었다. 



다행히도,두 권의 책을 읽고 책에 대한 흥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기기 시작했고, 다음 책은읽어볼까 하다 위메프에 우연히 특가로 뜬 중고서적 판매 딜은 보고 여기서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사볼까 하던 차에 제목이 [울어야 한다, 울어야 산다]였다. 제목이 특이하네 '이것도 에세이 책이구나'하고 '그래 요즘 에세이 책 읽는 것에 조금 흥미가 생겼으니 이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딜에 책에 관한 설명이 아주 간단하게 써져있던 그 말을 보자마자 이건 사야 해(!)라는 마음이 바로 들어서 구매하게 되었다. 책이 와서 보니 그 간단하게 써져있던 설명은 책 뒤에 쓰여있는 작가님의 한마디였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참는 용기가 아니라 우는 용기]-어쩌면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눈물을 감추도록 강요받아 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어머니배 속에서 세상으로 나올 때 처음으로 한 것이 울음을 터뜨리는 것 아니었던가? 울지 않고 태어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지 울며 태어났음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살면서 우리는 출생의 고통보다 더 큰 고통과 마주하면서 마음껏 울지도 못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참는 용기가 아니라 우는 용기다. 힘들 때마다 찾아온 천사가 속삭인다. "울어야 한다, 울어야 산다."



뒤표지 말만 수십 번 다시 읽고 읽었다. 책을 다 읽고도 이 뒤에 쓰여있는 이 말을 계속 되새겼다. 매 챕터를 읽을 때마다 내가 힘들었을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이나 행동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고 그때의 상황을 내가 다시 겪는다면, 그때 이런 책을 만났더라면 조금은 스스로가 편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할 만큼 생각하는 게 많아지는 책이었다. (말 그대로 힐링?)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의 3할은 나에게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남들에게는 관대하면서 나 스스로에게는 엄격했었고, 내 스스로의 슬픔이나 힘듦이라는 감정은 철저히 무시하고 울지 않았다. 상사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을 지적했을 때 회사에서 우는 것은 남들 눈치가 보여, 또 다른 사람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울지 못했다. 집에서는 엄마와 동생이 걱정할까 봐 울지 못했다. 혼자 생각하고 앓았고 남들에게 걱정 끼치는 게 싫어 자신을 벌하고 있었던 것이다. 슬픔이라는 감정도 충분히 느끼고 해결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안 하고 속으로만 감내하려다 보니 그 감정들이 커져서 어떤 누가 위로의 말을 해준다 한들 와닿지 않는 것이었다. 위로를 받고 싶다면 그 위로에 내가 충분히 감사할 수 있는 상태인지, 그 진심을 나 역시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인지를 분명히 했어야 했는데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면서 위로만 무작정 받고 싶어 했지 않았나 싶었다. 내 감정이 화남이든, 슬픔이든 그것을 충분히 느끼고 배출하여 뒤끝이 없게 만들어야 하고내 스스로를 너무 조여매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어떤 누구도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지 않는다. 나는 제일 중요한 나 자신을 잊고 살진 않았던가ㅠㅠ

..앞으로 같은 실수는 안 할 거다.


 






에세이 책들은거기서 거기, 혹은 그냥 뭐 부족함 없이 (스트레스 없이) 큰 어른들의 이야기를 쓴 책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세 권을 읽으며 각각 내가 느끼는 점이나 깨닫는 점 배우는 점이 달랐다. 또 이 책에서는 그때의 과거를 회상하게 되고 또 저책을 읽으면 다른 과거를 회상하게 되고 각 세 권을 읽으면서 다 각기 다른 과거를 회상하게 되었다. 그때의 풀지 못하고 지나갔던 아픔들이나 생각들을 이제 와서 아 그때의 감정이나 행동들 생각들이 이런 것들이 잘못된 거였고 또 이렇게 생각하면 좀 더 내 스스로가 편하지 않을까? 그게 무엇이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주체는 나. 주인공은 나다. 이런 생각들도 많이 하게 되었다. 남의 시선에 맞춰 행동하는 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평생을 생각하지 못 했던 것들을 이렇게 단 몇 달간에 생각하게 되고 깨닫게 되니 에세이 책을 그저 여유 있는 사람들이 쓰는 책이라고 생각했던 편견이 깨졌다.


그런 기념으로 앞으로 한 달에 한 권씩 2~3권의 에세이 책을 읽고 여기에 이렇게 독후감처럼 쓰는 게 짧은 3개월 동안의 목표이고 그 후엔 에세이가 아닌 다른 소설이나 수필, 비소설에도 흥미를 붙여보는 게 목표다. 처음으로 해보는 블로그 활동이지만 아무도 안 읽어도 좋다. 그저 자기 자신의 만족감과 내가 책을 읽고 느끼는 것들, 보고 느끼는 것들을 적고 싶어서 시작한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첫 번째 글이 독후감이라는 것부터가 나에겐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적어도 한 번은 귀찮아하지 않고 내 생각을 솔직하게 써 내려가는 일을 내가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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